화상으로의 집단 경험이 처음인지라 어색하기도 하고 진행될 시간들에 대한 기대감이 유난히 컸던 집단이었습니다. 집단원들의 언어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비언어적인 부분들까지 집단 역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그런 세세함을 화상으로 다 담아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대면상담에서 경험할 수 있는 생생한 호흡을 집단원들과 부딪히며 함께 할 수 없었다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화상 집단상담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독특한 강점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집단구성원들의 얼굴을 클로즈업하여 표정까지 세세하게 볼 수 있었고 미리 부여된 자전적 동화 이야기를 매체를 통해 편안하게 공유할 수 있었던 부분도 만족스러웠습니다.
집단원과 일대일로 그림동화로 표현한 자신의 이야기를 나눌 때 미리 개설된 소그룹 방으로 쉽게 이동하여 나눔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는 점도 화상 집단에서만 가능한 강점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이번 집단을 통해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내 삶의 이야기를 그림과 글로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던 것입니다. 미리 과제로 부여된 자기 삶의 동화를 그려가는 것부터 저에게는 역동의 시작이었습니다. 다 정리되었다고 생각한 삶의 부분이 글과 그림으로 표현될 때 고통으로 다시 자각되는 것을 경험하면서 retelling 해야 하는 지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적극적으로 내 삶의 이야기를 경청해주는 짝꿍과의 나눔 시간도 내 삶을 수용받고 지지받는 매우 따뜻한 경험이었습니다.
집단과정에서 리더를 통해서 촉진적 반응을 유연하게 유발하는 탁월한 개입 과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지배적인 담론에 의해 형성된 신념체계로 새로운 이야기를 구성하지 못할 때 그것을 막고 있는 감정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포착하고 집단원들에게 새로운 역할을 제안하여 개입하는 과정이 인상 깊었습니다. 때로는 적극적으로 집단원의 새로운 이야기를 리드해주고 때로는 기다려주면서 자기 이야기를 재구성할 수 있도록 촉진하는 전문성을 배울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