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01 이야기치료 집단상담(모래상자 활용)후기_박경민
-한 명의 내담자와 열 두명의 상담자-
모래상자 안을 피규어들로 꾸미는 것이 아이들이 하는 놀이치료 같이 느껴졌는데, 막상 꾸미고 이야기를 하면서 깊은 역동들이 나와서 흥미로웠다. 나의 이야기를 말로 하면서 감정이 올라오는 부분이 많았고, 또 다른 집단원들이 관찰한 것과 느낀 것을 듣고 질문에 대답을 하면서 나의 가족에 대해, 덮어 둔 나의 감정들에 대해 더 깊이 탐색할 수 있었다.
모래상자에서 나온 이야기 중 더 다루고 싶은 이야기를 가족조각과 역할 상황극을 통해 해소하지 못한 감정 꺼내어 표현하고 하기 어려웠던 말을 해보니 예상보다 나를 짓누르던, 그래서 당분간을 회피하고 싶었던 것들이 가벼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감정을 대상화하여 집단원들이 나의 각 감정들로 역할을 맡아 가족에게 나 대신 말하고 표현해주는 것을 눈 앞에서 보고 느끼면서 혼자가 아니라는 위안이 되었고, 동시에 감정들과 나를 분리시켜 바라볼 수도 있었다.
허리에 끈을 묶어 가족들과 감정들과 연결한 채로 밀고 당기며 대화하는 과정에서 짐스럽고 속박되거나 반대로 의지가 되기도 하는 것을 신체 감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부정적인 감정을 맡은 한 명 한 명의 눈을 바라보면서 묶인 끈을 풀어내며 이 감정들을 내가 어떻게 생각해왔고 앞으로는 어떻게 대하고 싶은지 말로 전하면서 실제로 감정과 생각이 정리가 되는 체험을 하였다.
마지막으로 처음에 꾸몄던 모래상자를 수정하면서 나를 짓누르던 이야기에서 벗어나 조금 다르게 생각하거나 느끼게 된 것들을 함께 나누었다. 집단 리더의 세심하고 과감한 도움과 나를 대변해주는 집단원들의 힘을 받아 혼자서는 마주하기 두려웠던 것들을 표현해보니 예상보다 두려움이 줄어들고 생각과 감정이 한결 정리가 되었다. 많은 에너지를 발산한 만큼 몸은 힘들었지만, 집단상담이 갖는 힘을 정말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나의 이야기를 온 마음으로, 온 몸으로 함께 경험해주신 집단원분들 모두와 힘 있게 우리 모두를 이끌어주신 집단리더께 정말 감사한 마음입니다. 함께 해주셔서 큰 위안이 되었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