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01 애착기반재구성집단 – 별칭 ‘사탕’
1) 애착욕구에 대해서 어떤 알아차림이 있었는가?
- 지난 집단을 통해 애착대상을 ‘나’로 규정짓고 내가 나를 재양육하며 나와의 관계를 잘 맺는 것에 목표를 두고, 혼자여도 괜찮다고 생각했던 것에서 여전히 나는 유일한 안전 대상인 엄마와의 관계에서 정서적 소통을 원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2) 애착욕구가 어떻게 이동되었는가? 그림으로 표현하면서
- ‘나 혼자’여도 괜찮다고 생각했던 것에서 내가 엄마를 품어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이동되었다. 짝궁과의 작업이 길어져서 집단에서 그림작업을 할 수 없었으나 나는 엄마가 아이를 안고 있는 그림을 미리 준비했었는데 집단 참여 전후로 의미가 변화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비혼인 나는 나이든 부모님과 살며 독립과 돌봄 사이에 고민이 있었고, ‘나’를 위한 삶에 몰입하기로 결정했던 마음이 결국 ‘엄마’를 품어주고 싶다는 욕구로 변화되어 그림 속 엄마와 아이가 모두 나라고 규정했던 것에서 엄마는 나이고 품속에 있는 아이는 엄마로 이동되었다.
3) 집단의 역동에 대해서 어떤 것을 알아차렸는가
-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 뜨거웠고, 아팠고, 따뜻했다.
: 내가 경험한 집단 중에 가장 뜨꺼웠다. 집단 초반부터 강렬했고, 탁구공이 튀어오르듯 때론 가볍기도 했지만 송곳처럼 날카롭기도 했고, 포근한 이불처럼 따뜻했다.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듯 현장에서 일어나는 생동감을 느끼는 것과 동시에 내 마음 안에서는 과거의 경험과 집단 안에서의 경험이 뒤섞여 혼란한 마음으로 긴장과 불안이 계속 움직이고 있는 것을 느꼈다.
4) 나의 애착욕구 이야기는 어떻게 다시 쓰여지고 있는가?
- 아버지는 애착과 거리가 먼 존재이다. 반항이와 짝궁이 되어 이야기를 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분노, 미움과 동시에 안쓰러운 감정이 밀려왔다. 반항이의 모습은 ‘나’이기도 했지만 ‘아버지’이기도 했다. 몇 번의 집단작업에서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분노를 쏟아내고 나니 아버지에 대한 연민이 생긴 것 같다. 나는 집에서 부모님을 챙기면서 먹을 것을 아버지에게 과하게 많이 준다.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심정으로 미운 감정을 드러내지 않도록 방어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반항이에게 먹을 것을 입에 넣어주면서 아버지를 떠올리게 되었고 마음 깊은 속에 아버지에 대한 애정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사랑받아 보지 못해 줄 수 없는 아버지에게 애정을 주고싶은 마음을 인정하게 되었다.
5) 반항이의 작업에서 나의 애착욕구에 대해서 어떤 경험을 하였는가?
- 반항이 작업 전부터 깊은 슬픔과 절절한 외로움으로부터 어린 반항이를 구출해 주고 싶은 열망과 아버지를 벌주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올라왔지만 나의 무력함을 동시에 느낌으로 인해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반항이가 아버지에게 갖는 복잡한 감정이 내가 아버지에게 느끼는 감정이었지만 아버지 또한 반항이와 같은 삶을 살았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지점으로 이동되어 연민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지금까지 나의 애착대상이 어머니 100이었다면 이제는 아버지의 자리를 10정도는 내어줄 수 있는 틈이 생긴 것을 느꼈다.
6) 반달이의 검증과정에서 내가 지배받고있는 거대한 담론은 무엇인가?
- 반달이가 겪는 사회적 불안은 곧 나의 담론이기도 했다. 사회적 시선과 평가에 민감해진 내 모습은 집단에서 계속 이야기되던 ‘사랑스운, 예쁜, 귀여운, 매력적인’ 것과도 연결되어진다. 내가 사랑하는 존재인 엄마는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어릴 때 분리불안이 심했던 나는 언제 버려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했고, 늘 안전한 대상인 엄마에게 그 사랑을 확인했지만 엄마는 ‘예쁘다’는 얘기를 해주지 않았다. 내가 예쁘지 않아서 엄마의 사랑도, 아빠의 사랑도 그리고 사회적 관계에서의 친밀감도 형성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집단 안에서 이야기하지는 못했지만 나 역시 반달이처럼 사랑스럽다는 말보다 예쁘다는 말을 듣고 싶지만 그런 말은 많이 들어보지 못했다. 나의 사회적 불안의 중 기저에 ‘예쁘지 않아서 수용되지 못한다(비호감)’는 것이 60, 능력이 없다는 것이 40‘인 것 같다. 최근 평가받는 상황에서 나의 거대한 담론이 불쑥 올라왔고 집단에서도 예상하지 못하게 건드려지면서 마음의 동요가 있었던 것 같다.
7) 가장 기억에 남은 장면(혹은 작업, 말)?
- 짝궁이었던 반항이가 ‘먹지 않아도 (계란 더) 까줘!“라는 말과 반항이의 작업에서 모든 집단원들이 한 마음으로 반항이를 지켜주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내어주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집단원 모두가 반항이의 상처에 진심으로 아파하고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 목청높여 따지기도 하고 버티어주고, 눈물로 교감할 수 있어서 짝궁작업에서 나 혼자 할 수 없었던 것을 집단원들이 해줄 수 있어서 안심이 되었다.
8) 아쉬웠던 것은?
- 개인적으로 짝궁과의 작업 이후로 여운이 남아 전체 집단원들과의 작업(retelling of retelling)에 집중하지 못했던 것이 아쉽게 느껴진다.
9) 집단지도자나 집단원에게 배운 것은?
- 집단지도자의 자연스러움과 유머는 언제보아도 놀랍다. 집단원들의 태도나 관점의 다양성을 수용해 주고, 중요한 타이밍에 개입하여 긴장을 안전함으로 바꿔주며 일상생활 환경에서 만난 사람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직면하고 도전할 수 있도록 돕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함께 참여한 보조리더 역시 따뜻하게 집단을 보살피며 집단 역동에 녹아드는 모습을 배우고 싶었다. 집단원들 역시 숙련된 상담사로서 진솔한 자기개방과 공감적인 피드백을 해주는 과정이 흥미로웠으며 과감하게 시도하며 집단의 역동을 흔들기도 하고 느끼는 모습을 보며 초심 상담자로서 배우고 싶은 점이 많았다.
10) 하루 13시간(15시간) 집중참여하는 시간은 어떠했는가? 학회자격용으로 시간때우기였는지? 아니면 어떤 경험이었는지?
- 아무리 매력적인 집단일지라도 13시간 이상을 참여하는 것은 체력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지만 마음만은 편안했고 만족스러웠다.
11) 처음 집단에 참여했던 기대는 어떠했는가?
- 집단의 역동에 빠져서 온전히 느끼고 싶었던 기대와 집단에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하는 기대가 있었는데 늘 예상을 뛰어넘는 집단원들과의 역동과 응집력을 경험할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